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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사진

12-07-05 09:46

오월 붓꽃

해뜨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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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이 내리던 날

오월붓꽃을 심었지요

병을 앓고 난 끝이었는데

당신은 말했지요

아직 눈이 몇 차례 더 내릴 것이라고

그 덕에 뿌리가 강해질 거라고

늘어진 쥐똥나무 가지를 바람에 묶어 놓고

잠이 덜 깬 흙을 어루만져 주자

당부할 필요도 없이

봄은 말하는 듯했지요

잎을 내기 위해서는 상처를 견뎌야 한다고

해마다 오월붓꽃은 내 생각 속에서보다 더

늦게 피었지요 공기들의 약속

햇빛의 안부에 속아

너무 일찍 얼굴 내민 적도 있지만

어느 해인가는 오월 늦도록

비바람이 덧문을 흔들어

아침에 올라온  꽃대가 저녁에 꺾이곤 했었지요



겨울을 바깥에서 나고 빛을 좋아하는

오월붓꽃

늦은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날마다 변하는 날씨가 준비한 것들 속에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여럿 있었지만

몇 번의 계절보다 약간 긴 삶에서

이 꽃만큼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를

일러 준 것도 드물었지요

신비에 가까운 보라색 보라색 얼굴

겨우 겨울을 넘긴 가난과 화려

일시적인 순간에 기뻐하는 순간이 지나면

마지막 꽃잎을 떨구면서 오월 붓꽃은

속삭이는 듯 했지요

나는 당신이에요, 나는 죽지 않아요

또 여러 번의 봄이 지나고

이곳에 나 혼자 남는다면

그래도 혼자 남는 게 아니라는 걸

오월붓꽃이 말해 주겠지요



이 꽃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

내 눈만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이

이곳에 있다는 걸

다시 작별을 말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봄의 끝에서 당신이 한 말을 떠올리며

기억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자겠지요

우리가 원한 것은 무한에서 무한으로가 아니라

봄에서 봄으로

순간에서 순간으로였으니까

이 오월붓꽃처럼


- 류시화/ 오월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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